최근 약국에서 '활성형 엽산 주세요'라고 문의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신데요.
활성형 엽산의 오해와 진실, 약아는 녀석들이 정리해드립니다.
활성형 엽산? 알아두면 좋은 3가지
- 활성형 엽산은 허구다. 추가 연구의 가능성은 있겠으나 현재까진.
- 엽산, 아무 약국에서 파는 1mg 짜리 하루 한알만 먹으면 된다.
- 조금 걱정되면 엽산 빈속에 먹자. 다른 음식이랑은 같이 먹지 말자.
1. 엽산? 활성형? 엽산이 뭔데?
엽산은
핵산 합성과 아미노산 대사에서
단일탄소를 전달해주는
조효소 역할을 하는
비타민의 일종입니다.
이게 뭔 개소린지.. 뒤로가기 마려우시죠.
그냥 심플하게 엽산은
- 비타민B 중 하나고요. (정확히는 비타민B9)
- 우리 몸에서 엽산이 부족할 경우 빈혈, 심장 주변 혈관 손상 등이 발생할 수 있어요.
- 그리고 임신 준비 중인 예비 엄마아빠들이 엽산이 부족하다면 '신경관결손증'이라고 하는 기형아를 출산할 위험이 높습니다.
엽산 1일 권장량은 400마이크로그램
미국 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가 권장하는 엽산의 1일 섭취량은 400마이크로그램입니다. 400마이크로그램 = 0.4 mg입니다. 이게 어느정도 양인지 감이 잘 안오실텐데요.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엽산만! 들어있는 의약품은 대부분 엽산 1mg을 함유합니다.
권장량을 훨씬 상회하죠? 1mg 엽산 하루 한알만 먹어도 충분하단 소립니다.
그리고 건강을 위해서 종합비타민 많이 챙겨드실텐데요. 약국에서 구입가능한 종합비타민제들 중에 엽산을 포함한 제품이 많습니다.
즉, 실한 종합비타민 하나만 먹어도 충분하단 소리죠. 그런데 여기서 공포마케팅이 등장합니다.
그걸로 되겠어?
좀 부족하지 않겠어?
기형아가 생길 수도 있는데?
선량한 예비 엄마, 아빠 등을 노린 '활성형 엽산'이 짠 등장했습니다.
활성형 엽산을 먹어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
그냥 엽산이 아닌 활성형 엽산을 먹어야 한다는 이들의 근거는 대충 다음과 같습니다.
- 엽산은 생체 내에서 5-mTHF (소위 '활성형태')로 변환되어 사용된다. 그러니까 변환된 형태인 5-mTHF를 먹자.
- 한국인은 유전적으로 엽산 → 5-mTHF (활성형)으로 변환시키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 엽산을 활성형으로 변환시키지 못하면 각종 암, 질병을 초래한다!
정도 입니다. 뭔가 영어가 등장하고 그럴듯 한데요.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 엽산? 활성형? 5-mTHF?
엽산 (Folic acid)은 아래 그림처럼 우리 몸 속에서 효소에 의해 조금씩 변화합니다.
Folic acid → DHF → THF → 5-mTHF 이런 단계로요. 5-mTHF는 궁극적으로 호모시스테인 (homocysteine)이란 놈을 메티오닌 (Methionine)으로 바꾸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호모시스테인이란 놈이 메티오닌으로 바뀌지 않고 몸속에 축적되면 심혈관 질환, 뇌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죠.
✅ 즉, 엽산은 나쁜 물질이라고 할 수 있는 호모시스테인을 메티오닌으로 바꾼다.
✅ 호모시스테인을 바꾸는 역할을 하는건 엽산의 '활성형' 상태인 5-mTHF이다.
✅ 그러니까 5-mTHF 상태로 만들어진 걸 먹자란 논리입니다.
꽤나 그럴듯 하죠? 그런데 말입니다.
👀 5-mTHF 상태로 제품화가 가능할까?
약이나 건강식품을 만들때 중요한 것은 해당 성분이 '안정하냐'입니다. (영어로 stability)
보통 약이나 건강식품은 1-30℃ 내외의 실온 상태에서 보관하죠? 그런데 핵심 성분이 실온에서 쉽게 분해되거나 손실되면 그 기능이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제품화하기가 매우 곤란합니다.
위 문구는 활성형 엽산의 우수성을 뒷받침하는데에 사용되는 특허 (10-2010-7020933) 중의 일부입니다.
테트라하이드로폴산
(THF, 즉 활성형 엽산)은
산화에 대한 민감성으로 인해
극도의 불안정성을 갖는다
그렇기에 테트라하이드로폴산에 칼슘을 덧붙여 조금 안정한 상태로 만들었다는 이후의 항이 있긴합니다만, 아직 "활성형엽산+칼슘" 형태로 출시된 '의약품'은 없습니다.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기타가공품은 레벨 자체가 다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메이저리거 (ex 오타니)와 사회인 야구 (동네에서 야구좀 하는 형)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차이는 제가 예전에 썼던 기가막힌 포스팅이 있는데요.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s://blog.naver.com/drugthru/222972749937
혹자들은 "활성형 엽산"을 정부가 인정한 규격이 있다고 하는데요. 네 찾아보니 있네요.
정확히는 메틸테트라히드로엽산글루코사민이군요.
활성형 엽산 + 글루코사민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이 규격의 출처가 무려 식품의약품안전처!!라고 반박하실 수 있습니다.
네. 찾아보니 식품의약품안전처 출처 맞습니다. 그런데요. "식품첨가물" 규격입니다. 식.품.첨.가.물.
✅ 약이 되는 의약품 원료가 지켜야 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의약품 규격이죠.
✅ 건강식품이 되는 원료가 지켜야 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 규격이죠.
✅ 식품에 소량 첨가되는 첨가물이 지켜야 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식품첨가물 규격이죠.
감이 오시나요?
일부 업체들이 주장하는 '활성형 엽산'은 정부에서는 여전히 '식품첨가물' 정도로만 여기고 있다는 겁니다.
식품첨가물이 아무리 뛰어나봐야 그냥 첨가물일 뿐입니다. '활성형 엽산'이 좋다는 주장은 본질을 벗어나도 꽤나 벗어난 주장입니다.
요즘 화두인 축구 국가대표 감독 '클린스만'으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클린스만'씨는 축구감독으로서의 커리어는 좋은 편이 아닙니다. 한국 국가대표를 맡으면서도 뚜렷한 전술 없는 축구를 구사하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데요. 일각에선 '클린스만'을 한번 더 믿어보자고 할 수도 있죠. '활성형 엽산'의 논리를 적용하자면 이런 식인 거에요.
"클린스만의 사돈에 8촌되는 조카가 하나 있는데, 알고 봤더니 베를린에서 가장 공부도 잘하고 축구도 잘하더라. 그러니까 클린스만,,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한번 더 믿어보자."
너무 비유가 터무니 없긴 합니다만, '활성형 엽산'이 좋다는 주장을 약사인 제가 봤을 때 느껴지는 감정이 딱 이정도입니다.
👀 한국인 유전자는 엽산 -> 5-mTHF (활성형)으로 변환시키는 능력이 부족하다.
건강식품 하나 팔아먹자고 이제 민족을 팔아먹기 시작합니다.
위 글은 약사들이 주로 많이 보는 신문인 '약사공론'이라고 하는 곳에 실린 기사입니다. [2019-04-25 일반 엽산, 효과 없다?]
약사들이 보는 전문지에 떡하니 '대한민국 국민의 70%는 엽산을 활성형으로 대사시키는 능력이 떨어진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과연 사실일까요?
다시 한번 위에서 봤던 엽산 사이클이 등장합니다.
엽산을 '활성형'으로 바꾸기 위해선 MTHFR이라는 효소 (빨간 원)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한국인은 MTHFR 효소 변이 버전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아서 효소가 정상작동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합니다.
이를 조금 유식한 말로 유전적 다형성 (Genetic Polymorphism)이라고 합니다. "유전자 변이"라고 표현하면 뭔가 문제가 있어보이는 어감인데요. 유전적 다형성은 매우 흔하고 문제될게 아닙니다.
한 때 유행했던 혈액형으로 성격 테스트하기, ABO식 혈액형 또한 유전적 다형성의 한 예입니다.
반대로 유전적다형성이 없이 인간은 하나같이 다 똑같다면?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가 발생했을 때 전 인류가 한방에 가버릴 수 있는 겁니다. 유전적으로 똑같으니깐요. '유전적 다형성'이라는 말에 현혹되지 마십시오.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고요.
물론 MTHFR 효소의 형태에 따라 '활성형 엽산'이 되는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 일부 연구에서 밝혀지긴 했습니다.
677번째 유전자 위치의 변이에 따라서요. 677TT 형태를 지닌 사람이 677CC나 677CT를 지닌 사람보다 호모시스테인이 높게 관찰되었다고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엽산의 주 목적은 '호모시스테인'을 분해하는 것인데요. '호모시스테인'을 분해하는 '활성형 엽산' 형태인 5-mTHF를 677TT 형의 유전자를 지닌 사람은 많이 못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다소 위험할 수 있는 677TT 형을 지닌 사람은 30%가 채 되지 않습니다. 물론 표본은 매우 작기 때문에 이 연구가 한국인 전체를 대표할 수 있냐?라고 물으신다면 그건 아닙니다. 그래도 활성형 엽산을 만들기 어렵다고 알려진 677TT형은 30%가 안됩니다.
한국인 중 70%가 활성형 엽산을 만들기 어렵다며...???
다른 논문을 한번 더 살펴보겠습니다.
약사신문에서 근거로 든 논문입니다. Kim J, et al., “Dietary intake of folate and alcohol, MTHFR C677T polymorphism, and colorectal cancer risk in Korea.”, Am J Clin Nutr. 2012 Feb;95
특이한 점은 앞서 소개드린 논문과는 상반된 내용을 주장합니다.
본 논문에서는 유전자형 TT형을 가진 경우 대장암, 결장암, 직장암 등의 발병률이 더 낮았다는 겁니다.
다시 한번 엽산 사이클로 설명을 드려보겠습니다.
활성형 엽산 (5-mTHF)의 m은 메틸 (Methyl)입니다.
즉 아무래도 메틸이라고 하는 녀석이 몸 속에 많으면 '활성형 엽산'이 되기 쉽겠죠? 그래서 메틸이 포함된 식단을 조금/중간/많이 먹여서 테스트를 해보았답니다.
메틸이 풍부하면
- '활성형 엽산'이 생기기 쉽고
- 이는 호모시스테인 제거에 용이하므로,
- 메틸을 풍부하게 먹으면 질병 발생이 감소할 것이다
라는 아이디어에 착안한 것입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유전자형 CC/CT형을 가진 사람들은 메틸에 민감하였다.
메틸을 적게 먹을수록 암 발생률이 높았습니다. 이 말인 즉, CC/CT형을 가진 사람은 '활성형 엽산'을 만들기 어렵단 뜻이겠죠.
유전자형 TT형을 가진 사람은 메틸 섭취량에 큰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메틸이 많든 적든, TT형을 가진 사람은 암 발생률이 낮았습니다. '활성형 엽산'을 잘 만들었단 뜻이겠죠.
본 논문의 결론을 간추려보면
✅ CC/CT형이 '활성형 엽산을 잘 만들지 못한다'
✅ 본 논문 상 CC/CT형을 가진 사람이 70%를 넘는다.
✅ 한국인 70% 이상이 엽산 대사에 문제가 있다.
인데요. 너무나 상반되네요. 어떤 연구는 TT형을 가진 사람이 위험하다고 그러고,, 어떤 연구는 TT형을 가져야 안전하다 그러고,, 무엇이 맞는걸까요?
TT형이 뇌질환 등의 발병률이 높다는 것이 중론
- Associations of MTHFR gene polymorphism with lipid metabolism and risk of cerebral infarction in the Northwest Han Chinese population_2023 중국인 대상 연구
- Genetic polymorphisms and folate status_2017 일본인 대상 연구
- MTHFR genetic testing: Controversy and clinical implications 2016 단정짓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논문
제가 엽산 유전자와 관련한 모든 논문을 읽어보진 못했지만요. 중론은 TT형 유전자가 조금 위험하다는 쪽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취지의 문헌도 많습니다. 딱 잘라서 특정 유전형이 발병률이 더 높다라거나, 엽산 대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단정짓기엔 무리가 있어보입니다.
그런데 겨우 딱 한개의 논문 사례만을 가지고서, 한국인의 70%는 엽산을 잘 대사시키지 못하니까 위험하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 '한국인'이라고 하는 집단이 특이적으로 엽산을 대사하는데 유전적 결핍이 있다면, 정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선제적으로 나섰을 겁니다. 한국인의 엽산 1일 섭취 권장량을 늘린다던가 하는 조취가요. 그런거 전혀 없었습니다.
'한국인은 엽산을 대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라는 주장은 전형적인 침소봉대이며, 일부 사례를 마치 보편적 사실인양 떠드는 일반화의 오류라고 생각합니다.
2. 대한민국 사람은 정말 엽산이 부족할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배포한 최근 5년간 (2017-2021년) 영양결핍 및 비만 진료현황 분석이란 자료가 있습니다.
전체 영양결핍으로 진단받은 환자 중 엽산을 포함한 비타민B군 결핍 환자는 2.1%에 불과합니다. 물론 이 통계를 너무 맹신해서는 안됩니다. 의사들이 '영양결핍'으로 진단한 환자들만 통계에 잡히기 때문입니다.
병원에 가기 조차 힘든 영양결핍 환자까지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이를 감안하고서라도 비타민 B 결핍은 한국에서 매우 드문 편인건 사실입니다.
한국인이 엽산 대사를 정말정말 못한다고 가정했을 때
제가 무식해서 잘 못 알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한국인이 엽산 대사에 어려움을 겪는 민족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엽산 1일 권장 섭취량은 400ug입니다. 엽산 보충 의약품은 대부분 1000ug (1mg)을 함유합니다. 1000ug 중 40%만 활용할 수 있으면 되는 겁니다. 먹은 엽산을 연비 꽉꽉 채워서 풀로 사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식이엽산당량 (Dietary folate equivalent= DFE)라는 개념이 있는데요. 엽산은 공복시에 먹으면 흡수가 더블이 됩니다. 반면 다른 음식과 함께 먹으면 85% 정도만 흡수가 됩니다.
정말 엽산 대사가 걱정이 되어 내가 나중에 암이나, 뇌질환이 생길까 걱정되시는 분들은
- 엽산을 빈속에 먹는다.
- 다른 음식과 함께 먹지 않는다.
- 엽산을 함유한 음식 (시금치, 깻잎, 딸기, 토마토, 우유)등을 평소 챙겨먹는다.
- 비타민B12를 같이 먹는다.
정도만 해주시면 전혀 문제 없다고 생각합니다. 비싼 돈 들여서 활성형 엽산이니 이런거 사먹을 필요 없단 뜻입니다. 비타민B12는 엽산 대사에서 함께 작동하는 녀석입니다. 같이 먹는걸 권장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종합비타민제에 비타민B12 들어있습니다.
결론 (반박 환영합니다.)
- 활성형 엽산은 허구다. 추가 연구의 가능성은 있겠으나 현재까진.
- 엽산 아무 약국에서 파는 1mg 짜리 하루 한알만 먹으면 된다.
- 조금 걱정되면 엽산 빈속에 먹자. 다른 음식이랑은 같이 먹지 말자.
오늘의 포스팅을 마칩니다. 마케팅적 측면이 강한 활성형 엽산에 대한 약사의 생각이었습니다^^
[출처] 글 그림 자체 제작 사진출처 약학정보원 | 작성자 약아는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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