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2023년 6월, 윤대통령의 수능과 사교육에 대한 비판이 세간에 관심을 끌었습니다.
요지는 "과도한 배경지식을 요구하거나 대학 전공 수준의 비문학 문항 등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의 문제를 수능에 출제하면 안된다. 사교육 의존도가 커지기 때문이다."
"사교육을 조장할 수 있는 과목 통합/융합형 문제와 같은 '킬러 문항'은 수능에서 배제하라" 였는데요.
24학년도 수능이 얼마남지 않은 지금, 대통령이 앞장서 수능 난이도를 언급하였기에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은 혼란에 빠져있습니다.
장면 2.
"이 약 먹으면 성적 오른대",,, 유행처럼 번지는 약물 복용
경기일보 2023년 7월 7일 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 한군 (가명.18)은 최근 학교시험을 준비하면서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친구에게 한탄했는데요. 그러자 친구는 한군에게 '이 걸 먹으면 공부 잘된다'며 약을 한 알 건넸다고 합니다. 한군은 약 복용 후 효과가 있었다고 느껴 온라인(??)에서 직접 약을 찾아 구매했다는데요.
대통령이 직접 나서 수능 난이도를 언급하고, 학생들은 성적이 오른다는 약을 찾아먹는 촌극. 조선시대 과거시험을 준비하는 이야기 같죠? 슬프게도 기술혁신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2023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 시대의 멘토를 자처하는 분들은 청년들에게 도전을 외치고, 실패할 자유를 외치고 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대다수의 부모님들은 '그래도 내 아들, 딸은 의사가 되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여전한 것 같습니다.
시대적 상황은 이렇고요. 아무튼 그래서 '공부 잘하는 약'이란게 진짜 있는지? '공부 잘하는 약'을 먹으면 당장의 중간고사, 수능시험 성적이 오를지? 약사의 입장에서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요약
- '공부잘하는 약'으로 알려진 약의 성분은 '메틸페니데이트'로 실상은 ADHD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치료제이다.
-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약은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하며 마약류 의약품으로 온라인 상에서 유통, 구입시 법률에 의거 처벌대상이 된다.
-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약은 ADHD가 있는 학생이 복용 시 평균 수준으로의 성적 향상 정도만 기대할 수 있다.
- ADHD가 없는 일반 학생이 '메틸페니데이트' 약을 먹었을 때 성적이 향상된다고 알려진 근거는 없다.
공부 잘하는 약? 실상은 ADHD 치료제
언론이나 SNS 상에서 공유되고 있는 공부 잘하는 약의 정체는 '메틸페니데이트'입니다. 제품명은 '콘서타오로스서방정'이고요. 그런데 이 약의 정체는 ADHD, 즉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 치료제입니다.
ADHD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약이 왜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진 걸까요? '메틸페니데이트'는 일종의 '각성제' 역할을 합니다.
조금 자세히 풀어보면 메틸페니데이트는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을 증가시켜 중추 신경계 (Central Nervous System)를 자극합니다. ADHD 환자의 경우 일반인과 비교하여 도파민이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노르에피네프린은 교감신경을 자극하여 집중력을 증가시킵니다.
즉, 실상은 ADHD 치료제인 약의 '중추신경계 흥분을 통한 집중력 향상 효과'를 노려 '공부 잘하는 약'으로 쓰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우선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의약품은 전문의약품입니다. 의사의 처방전을 통해서만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고요. 이 약은 또한 '향정신성의약품'입니다. 정신신경계에 작용하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마약/향정신성의약품을 별도의 시스템을 통해 유통/관리하고 있는데요. 마약류 의약품을 온라인을 통해서 구입할 경우 구매자 또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온라인을 통해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의약품은 그 진위여부를 담보할 수 없으므로 절대 구입 혹은 복용하시면 안됩니다.
공부 잘하는 약, 정말 성적이 오르나?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1. 네 올랐습니다. 단 ADHD가 있는 환자가 복용했을 경우에요. 12-18세 ADHD가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Efficacy and Learning Skill After OROS Methylphenidate Treatment in Adolescents With Attention-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A 12-week, Multi-center, Open-label Study)에 따르면,
ADHD가 있는 학생이 콘서타오로스서방정 복용 후 평균 수준으로 성적이 향상되었다고 합니다.
2. 네덜란드에서 수행된 7736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시험 (Methylphenidate use and school performance among primary school children: a descriptive study)에 의하면 콘서타오로스서방정을 초기부터 복용한 그룹의 학업성취도 수준이 가장 낮았다고 합니다.
'공부 잘하는 약'이라는 놈을 먹은 그룹이 오히려 성적이 가장 낮았다고요? 여러가지 변수들이 있겠으나 콘서타오로스서방정을 초기부터 먹은 학생들은 ADHD가 있었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겠지요? 네덜란드 시험을 통해 이 약을 먹으면 성적이 오른다! 아니다 오히려 성적이 낮다!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ADHD가 없는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한 대조군 시험이 아니기에 단정적 결론을 내리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잠정적이지만 1, 2번 시험의 결과를 종합해보면 ADHD가 있는 학생이 '콘서타오로스서방정'과 같은 약을 먹으면 '평균 수준'으로의 성적 향상은 기대해볼 수 있겠네요.
매년 터져나오는 입시제도 논란, 사교육 심화, 심지어 공부 잘하는 약까지, 일련의 주제들은 결국 2023년인 지금에도 수능시험만 잘 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때문이겠죠.
이에 더하여 요즘은 '의대'가 아니면 안된다는 '의대 바라기, 의대 쏠림' 현상이 더욱 심해지는 듯 합니다.

예전엔 그래도 입시 상위권의 선택지는 꽤나 다양했던 것 같은데요.
의대는 늘 최고순위 인기학과인건 변함없었지만, SKY, 포항공대, 카이스트 등의 공학도를 지원하는 친구들도 있었고요. 제가 입시를 치루던 약 20년 전보다 과학/기술 진보는 놀라울 정도로 이뤄지고 있습니다만, 의사라는 직업 선호도는 그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는게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대한민국은 일본강점기, 한국전쟁의 잔혹사를 겪어왔고 먹고 살만할 때즈음 터진 경제 위기 (IMF,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사회적으로 한번이라도 실패하면 안된다'라는 인식이 세대를 거치면서도 여전히 팽배해있는 것 같습니다.
- 실패를 보듬어 줄 수 있고
- 넘어져도 다시 재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자아실현이니, 성공의 공식이니, 인스타그램 속 삶이니 제쳐 두고
성공, 행복이라는 단어의 답안지가 하나가 아닌 각자의 길이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래봅니다.
'알기쉬운 약 쏙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라리아 치료제? 류마티스 관절염? 히드록시클로로퀸 (hydroxychloroquine) (1) | 2023.08.10 |
---|---|
무상공급하는 항암제? 렉라자정에 무슨일? Written by 약아는 녀석들 (0) | 2023.08.08 |
치통이 심할 때.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치통 진통제 정리 (0) | 2023.08.04 |
이미그란정 (편두통) 바로알기_약사가 정리해서 쏙쏙! (0) | 2023.07.07 |
프롤리아프리필드시린지 바로알기_약사가 정리해서 쏙쏙! (0) | 2023.07.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