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약 쏙쏙

종근당 1.7조원 기술수출 계약!_약사가 정리해서 쏙쏙!

Pharmguy 2023.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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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근당'이라고 하는 제약회사가 무려 1조 7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습니다. 대체 무엇이길래 무려! 1조 7000억원 짜리 계약서에 도장을 받을 수 있었는지?! 약아는녀석들이 정리해드립니다.

종근당 1.7조원 기술수출 계약 달성!

바쁜 분들을 위한 3줄 요약

  • 글로벌 빅 파마 노바티스 (2022년 매출 기준 세계 6위)로부터 1.7조원을 받고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킨 한국의 종근당!
  • 자체 개발 플랫폼을 탑제하여 심혈관 질환, 퇴행성 신경질환 치료제로 개발이 유망한 물질이다.
  • 동물실험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됐고, 임상 1상 시험을 완료하였다.

1. 종근당이 13년간 모은 원기옥, CKD-510

CKD-510은 종근당의 보도자료에 의하면 HDAC6 억제제 라고 합니다.

HDAC6 억제제란?

HDAC6억제제는 약사인 저도 처음 들어본 생소한 말이었습니다. 구글 서치를 해보니 HDAC는 Histone Deacetylase 6의 약자네요. HDAC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데 관여합니다. 특히 HDAC6은 아세틸화와 탈아세틸화에 관여하여, 세포골격의 구조적 구성 요소인 미세소관을 안정하게 합니다. 언뜻 보면 좋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HDAC6이 암 세포나 질병 세포를 안정하고 튼튼하게 한다면요? 병을 키우는 역할을 할 수 도 있겠죠. 이렇게 HDAC6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을 경우 암이나 치매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암/ 치매/ 난치성 희귀질환 치료를 위해 무분별하게 조절되지 않은 HDAC6을 억제해보자는 아이디어가 활발히 연구 중입니다.

 

HDAC6 억제제는 꽤나 오래전부터 연구되어온 컨셉이네요. 약 10년전 (2013년) 저술된 논문도 있고요.


종근당이 유일하게 연구개발한 컨셉도 아닌데.. 왜 노바티스는 2조원을 태웠을까

그 이유는 종근당이 자체 개발한 NHA 플랫폼에서 찾을 수 있겠습니다. NHA는 non-hydroxamic acid의 약자인데요. NHA 플랫폼이 탑재된 약물은 HDAC 중 6번만을 표적해서 억제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무슨 말이냐면요.

 

사람 몸 속에 HDAC는 1번부터 10번, 11번까지 있다고 하는데요. 이 HDAC 중 6번이 암이나 신경퇴행성 장애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알아내긴 하였습니다. 그래서 질병의 원인인 6번 HDAC만을 콕! 찝어서 억제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데요.


Bringing NHA HDAC6 inhibitors to the clinic for cardiovascular and neurodegenerative disorders


그동안의 HDAC 억제제는 HA (hydroxamic acid) 기반이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종근당이 2010년부터 자체 개발한 NHA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HDAC 중 6번만 타겟하여 억제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출처: Bringing NHA HDAC6 inhibitors to the clinic for cardiovascular and neurodegenerative disorders

 

종근당은 NHA 플랫폼 기술을 탑재하여 심부전과 같은 심혈관 질환 및 치매 (알츠하이머병), 샤르코-마리-투스병 (CMT), 헌팅턴병 (HD)과 같은 난치성 희귀질환 치료제로의 개발을 꿈꾸고 있습니다.


2. CKD-510 개발, 어디까지 온 걸까?

종근당의 보도자료에 의하면 "CKD-510은 연구에서 심혈관 질환 등 여러 HDAC6 관련 질환에서 약효가 확인됐다"고 하며, "유럽과 미국에서 진행한 임상 1상에서 안전성과 내약성을 입증받았다"라고 합니다.

 

우와! 그럼 이제 곧 신약 출시각?!!

 

CKD-510 개발현황

 

그건 아닙니다. 약효가 확인된 연구는 동물을 대상으로 한 '비임상시험'이며, 임상1상은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입니다. 건강한 사람한테 약을 먹었을때 소화가 잘되고 똥오줌으로 잘 배설되나? 부작용은 없나? 정도만을 확인하는 시험입니다.

CKD-510 비임상시험에서 나타난 긍정적인 결과

 

출처_clinicaltrials.gov

약 2조원 가까운 금액을 배팅한 노바티스는 뭔가 믿는 구석이 있을까요? 공개된 자료만을 보았을 땐 아직 갈길이 멀고 험난해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종근당 주가차트

아직 갈 길이 멀었다고 말하는 저와는 달리, 기술수출 계약 기사가 발표난 11/6일, 주식시장은 화끈하게 반응했습니다. 거의 상한가에 가까운 26% 떡상행!! 주가에는 여러 변수들이 있겠지만, 제약바이오주는 역시 '신약개발'에 높은 Value를 부여하는 것 같습니다. K-제약바이오 모두 화이팅!!


3. 금쪽이였던, 우리 종근당이 달라졌어요?!

저야 약 장사하는 사람이니 '종근당'이라는 제약회사가 익숙한데요. 약업계와 무관한 분들은 '종근당'이란 이름을 뉴스 사회면에서 더 자주 보셨을 수도 있겠네요.

출처_한국일보 2018.05.10 기사 중

이번 광복절에 특별 사면되신 회장님, 앞으로는 갑질은 자제하시고 제약회사 본연의 역할인 연구개발에 더욱 충실해주시길 바랍니다. 제약회사 소식은 경제면에서 만나는게 좋겠죠?


용어 해설

1. 샤르코-마리-투스병 (Charcot-Marie-Tooth disease)

하지 근육이 약화되고 쇠약해지는 위축성 유전성 신경병증입니다. 쇠약은 하지부터 시작하여 점차 사지 위로 올라가며, 진동, 통증, 온도를 느끼는 능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가장 흔한 유전성 신경병증으로 약 2,500명 중 1명꼴로 발생합니다. 유년기 혹은 노년기에 발생하기 쉽습니다.

 

2. 헌팅턴병 (HD)

무도병이라고도 합니다.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성 뇌 질환입니다. 30-45세 사이에 발생하는 헌팅턴병은 초기에는 운동 장애를 보이다가 점차 심해지는 양상을 보입니다. 머리, 목, 팔다리 경련이 일어나고 심한 경우 걷거나 말하고 삼키키도 힘듭니다. 원인은 CAG라는 염기서열이 40회 이상 비정상적으로 반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성으로 유전되는 유전질환입니다.

 

[출처] 글 그림 자체 제작 사진출처 약학정보원 | 작성자 약아는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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